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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터의 진실

드로미오사우루스에 속하는 벨로시랩터(벨로키랍토르)는 아마도 티라노사우루스와 더불어서 어린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육식공룡입니다. 굳이 어린이가 아니라 하더라도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인간만큼 영리하고 무리 사냥을 하며 날렵한 움직임과 큰 체구(어디까지나 인간보다)로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기억되었을 것입니다.

공룡을 좋아하던 시절의 저는 무조건 크고 강력한 육식공룡이면 최고라는 믿음에 티라노사우루스의 열렬한 신도가 되어 있던지라 벨로시랩터에 대해선 큰 관심이 없었지만 특유의 영악함과 존재감은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요.

위의 모습이 우리가 전형적으로 알고 있는 벨로시랩터의 모습입니다. 공룡에 대해서 약간 더 관심이 있으셨던 분은 저기에 깃털을 달아놓으셨겠지요.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잃어버린 세계를 읽다 보면, 말콤이 재현된 벨로시랩터 모형이 박력이 없다며 불평을 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는 스필버그의 영화와 우리가 알고 있는 벨로시랩터 상을 정확하게 묘사해놓았는데, 6피트(약 182cm)의 키를 가진 위대한 육식공룡으로, 이빨을 사용해 먹이를 물어뜯기보단 날카로운 갈고리발톱을 이용해 희생자의 배를 찢어발긴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벨로시랩터는 이와 달라도 한참 다른, 어찌 보면 귀엽기까지 한 생물이었습니다.

이것이 진짜 벨로시랩터의 모습입니다. 깃털이야 요즘 소형 공룡엔 대부분 달려있다고 보는 게 대세이니(사실, 벨로시랩터의 팔에서 깃털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지 전신에 깃털이 났다는 증거는 없습니다만, 다른 종과 비교해보건데 새와 비슷한 모습이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넘어가고, 크기가 우리가 알고 있는 벨로시랩터 (성인남성보다 머리 하나 정도는 큰) 하고 많은 차이가 나지요.

실제의 벨로시랩터는 약 7~15kg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크기는 아무리 커봐야 강아지 정도라는군요. 거기다가 우리가 주 무기로 인식하고 있는 갈고리 발톱의 파괴력은 실상 별거 없어서, 공룡의 가죽(악어 가죽)은 고사하고 포유류인 돼지의 가죽조차 찢어낼 수 없다는군요. 즉 아가리 대신 발톱으로 희생자를 찢는 벨로시랩터의 상은 허구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랩터의 발톱이 사냥용이 아니라 장식용이라는 이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멘체스터 대학의 필 매닝 박사에 의하면 이 발톱은 주로 나무에 올라가거나 희생자의 몸에 올라타서 고정시키는 역할을 했을 거라고 합니다. 찢어내는 용도가 아니라 붙잡는 용도였다는 거지요. 그리고 첫번째 이유가 중요한데, 벨로시랩터는 50만년 전에 등장한 마이크로랍토르와 마찬가지로 발톱으로 나무 위에 올라간 다음 활공을 했을 거라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왜 벨로시랩터의 팔에 깃털이 달려있는지를 설명해줍니다.

어찌되었든 벨로시랩터는 위협적인 소형 육식공룡이었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벨로시랩터라고 믿어왔던 것은, 깃털이 달린 것이든 안 달린 것이든 벨로시랩터가 아닌 허구의 공룡임이 거의 확실합니다. 사람들 중엔 쥬라기 공원의 랩터는 벨로시랩터가 아니라 데이노니쿠스라고 하는 분도 계시는데, 형태는 비슷합니다만 역시 데이노니쿠스라고 보기엔 너무 큽니다. 누구는 영화판 랩터를 울트라랍토르(Ultraraptor)라는 새로운 종이라고 비꼬기도 하더군요.

그럼 왜 영화에는 그런 공룡이 나오게 된 것일까요. 두가지 이론이 있는데 첫번째는 데이노니쿠스를 모델로 했다는 설과 두번째는 벨로시랩터의 몸길이(2m)를 키로 (-_-;;) 착각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론 후자 쪽이 신빙성이 높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