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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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 증인의 현재 신분이 대학생 맞습니까?
증인 : 네 맞습니다.
의원 : 대학생 때 연애는 꼭 해봐야 한다, 뭐 이런 얘기 들어 보신 적 있으시죠?
증인 : 네. 몇 번 들었던 거 같습니다.
의원 : 그렇다면 '대학생 때 연애는 꼭 해봐야 한다', 이 말에 동의 하십니까?
증인 : 뭐... 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의원 : 그렇다면 만약 대학생 신분에서 연애를 하게 되었다면, 굳이 연애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는 거 아닙니까? 연애를 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자랑스러워야 하지 않습니까?
증인 : 네. 그런 거 같습니다.
의원 : 그런데 연애 하는 것을 왜 비밀로 하셨어요?
증인 : 아닙니다. 비밀로 한 적 없습니다.
의원 : 지금 연애 중이신 거 아닙니까?
증인 : 아닙니다.
의원 : 솔로...라고요?
증인 : 네.
의원 : (한숨). 이번 크리스마스날 어디에 계셨죠?
증인 : 집에 있었습니다.
의원 :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집에 있었습니까? 구체적인 시간을 말씀하십시오.
증인 : 하루종일 집에 있었습니다.
의원 : 단 한번도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단 말입니까?
증인 : 네.
의원 : 왜 밖에 안 나가고 집에만 계셨죠?
증인 : 나갈 일이 딱히 없었습니다.
의원 : 25일 당일, 이미 기말고사 끝나셨던 거 아닙니까?
증인 : 네. 맞습니다.
의원 : 집에서 처리해야 할 과제나 중요한 일이 있었습니까?
증인 : 딱히 없었습니다.
의원 : 그런데도 집에만 있었다고요? 하루종일?
증인 : 네.
의원 : 증인,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 알고 있습니까?
증인 : 예수가 태어난 날로 알고 있습니다.
의원 : 아니 그런 거 말고요. 그 날 사람들이 주로 무얼 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증인 : 잘 모릅니다.
의원 : 크리스마스 날 길거리에 나가본 적 있습니까?
증인 : 어릴 때 가족끼리 몇 번 나가봤습니다.
의원 : 길거리를 손 잡고 돌아다니는 수많은 커플들을 보신 적이 없습니까?
증인 : 봤던 거 같습니다.
의원 : 크리스마스는요. 증인이 보셨다시피 당연히 애인이랑 손 잡고 데이트 즐겨야 하는 날입니다. 사회 통념 상이요. 애인이 없으면은 호감 가는 사람끼리라도 다녀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도 증인은 지금 크리스마스에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다고 말 하고 있어요.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증인의 행동이 사회 통념과 어울린다고 생각하세요?
증인 : 죄송합니다.
의원 : (한숨). 질문 하나 더 드리겠습니다. 증인, 군대 다녀 오셨죠?
증인 : 네. 작년에 만기 전역했습니다.
의원 : 지금은 솔로라고 하셨는데, 이전 애인은 군대 때문에 헤어진 겁니까?
증인 : 군 입대 전에 이미 애인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의원 : 그럼 마지막으로 헤어진 게 언제였죠?
증인 : 헤어졌던 기억이 없습니다.
의원 : 헤어졌던 적이 없다고요? 잠깐만요. 헤어졌던 적이 없으면, 지금 연애 중이라는 말 아닙니까? 아니, 아까는 솔로라면서요. 증인, 위증하는 겁니까 지금? 이 자리가 장난 같습니까?
증인 : (침착한 말투로) 솔로 맞습니다. 지금도 솔로 맞고요. 군 입대 전에도, 그 이전에도 솔로였습니다. 연애를 하지 못 했기 때문에 헤어지지도 못 해봤습니다. 위증하지 않았습니다.
청중들이 술렁인다.
의원 :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아니, 잠깐만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애 경험이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증인 : 네. 그러한 사실 없습니다.
의원 : 증인 현재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증인 : 23세입니다.
의원 : 그럼 23년 간 크리스마스에 데이트라도 했던 경험이 몇 번 정도 됩니까? 연애는 못 해봤어도 데이트는 해봤을 거 아닙니까?
증인 : 한 번도 해보지 않았습니다.
청문회장 곳곳에서 야유가 터진다. 의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고성을 지른다. 위원장이 청중들과 의원들을 진정시킨다.
의원 : (애써 흥분을 진정시키며) 증인. 당신이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집에서 뒹굴고 있을 때, 커플들은요. 어디서 만나야 할지, 만나서 뭘 해야 할지, 뭘 먹어야 할지, 옷은 뭘 입고 가야 할지... 이것저것 정말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형편이 어려운 커플들은 데이트 비용, 선물 비용 마련하려고 알바까지 하고 있어요. 커플들이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거, 이전에 인지하고 계셨습니까?
증인 : 언론 보도를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의원 : 그런데도 증인은 하루종일 집에만 박혀있었다는 거죠? 그런 고민을 한 번도 겪어 본 적이 없다는 거죠?
증인 : 죄송합니다. 이제라도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분노를 참지 못한 의원들이 증인에게로 달려간다. 경호원들이 의원들을 제지하려 달려나온다. 여러 사람들이 충돌하며 청문회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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